INSTITUTE FOR EURO-AFRICAN STUDIES

학술활동

김정숙 교수의 알제리 알아보기

사하라 음자브 계곡의 오아시스 도시

Date 2023.1.2

이슬람 초기 아랍인들 중에는 알라의 말씀으로 그대로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지식한 원리주의자들이 있었다. 이슬람교도들은 그들을 반대자-‘카와리지’라고 불렀다. 그들 중 일부 가장 온건한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서쪽으로 떠났다. ‘이바디’파라고 불렸다. 이집트 서쪽에 살고 있었던 베르베르인들은 그들의 교리를 마음에 들어 했다. 트리폴리, 네푸사, 제르바로 이동하면서 베르베르인 동조자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그들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이슬람교도들도 있었다. 이바디파를 그대로 둘 수 없다고 생각하고 가는 곳마다 따라와 괴롭혔다. 이바티파 집단은 쫓겨 정착했던 튀니지의 카이라완을 포기하고 더 서쪽으로 갔다. 알제리 중부 '티아레트'에 드디어 정착했다. 넓은 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했다. ‘타헤르트’ 왕국이었다. 130년이나 지나 추격자들이 다시 나타났다. 더 남쪽으로 다시 떠났다. 900년이었다. 사막이 시작되는 곳이었지만, 그곳도 안전하지 않았다. 이들의 번창하자 시기한 원주민들이 떠나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정착한지 40년 만에 다른 정착지를 찾게 되었다. 녹색 지대와 완전히 결별하고 사막이 시작하는 경계선까지 내려갔다.
그들이 찾은 정착한 곳은 살았던 곳에서 남서쪽으로 200㎞ 떨어진 오아시스였다. 높이가 비슷비슷한 모래 구릉지 사이사이로 물길 자국들이 그물처럼 서로 얽혀 패어 있어 ‘쉐브카’ 라고 부르는 곳이었다. 그물이라는 뜻이다. 가장 큰 물길 자국 이름이 음자브였다. ‘베니 음자브’는 원래 살고 있었던 부족의 이름이었지만 점차 이주해온 사람들까지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1013년부터 시작해서 다섯 도시가 건설되었다. ‘엘-아퇴프’가 첫 번째였다. 다른 이바디파 사람들이 합류했다. 300년 정도 지나 ‘베니스겐’과 ‘부누라’가 건설되었다. 또 다른 부족들이 이주해 ‘가르다야’와 ‘멜리카’가 생겼다. 메마른 계곡을 따라 120㎞에 걸쳐 조성된 다섯 도시의 총칭은 ‘음자브’다. 수도 알제에서 정 남쪽으로 550㎞ 떨어져 있고, 비행시간 1시간 20분 걸려 가는 곳이다. 전체 인구 20만 명이고, 주변 지역까지 포함하면 인구가 40만 명에 이른다. 중심 도시 가르다야 대학에는 1만2천 명 학생이 재학한다.
음자브에는 물이 없다. 흐르는 개천도 샘도 없다. 황량한 모래 벌판에 일 년에 한두 차례 먼 곳에서 모래 흙을 쓸며 흘러 내려와 말라 있던 계곡에 흘러 넘치다가 사막 모래 속으로 사라지는 물이 전부다. 홍수가 나면서 생겼다가 사라지는 물길 ‘와디’는 2∼3년에 한 번 생기기도 하지만, 10년을 기다리게 하기도 한다. 기록에 의하면 1728~1882 사이 단 13번 밖에 없었다. 계산하면 13년에 한 번 정도다. 현재는 2~3년 주기로 한 번씩 빗물이 범람한다. 넘치는 물은 땅에 스며들지 않고 빠르게 흐르기 때문에 물줄기 자국이 깊지 않지만, 폭은 2km 까지 된다. 홍수가 몰려오는 것은 하늘의 축복이다. 사람들은 기쁨으로 들뜬다. 음자브 사람들은 지난 과거를 물이 범람한 해와 그렇지 않은 해 둘로 구분한다. 짧은 행운의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망루에서 지킨다. 주로 서쪽과 북쪽에서 온다. 물이 멀리서 흘러 오기 시작하면 고함을 지르고 공포탄을 쏜다. 물을 가두고 흐르는 길을 만들어 대추 야자가 자라는 농장을 한 바퀴 지나가게 해 뿌리를 적셔야 한다. 너무 짧은 시간 빠르게 흘러 사라지는 물이니 한 방울이라도 놓쳐서는 안 된다. 한 농원에 물이 적당히 들어가고 나면 돌로 막아 물길을 바꾼다. 땅을 적신 물은 대개 2개월을 지표면에 머물며 증발하거나 땅 속으로 스며든다. 8세기 동안 오아시스 사람들의 생존을 보장했던 시스템이다.
비가 오지 않는 긴 시간 동안에는 여기저기 우물을 파고 물을 길어 올린다. 가죽 두레박으로 당나귀나 낙타가 하루 종일 퍼 올렸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물을 길어 올렸다. 퍼 올린 물은 흙을 다져 만든 도랑을 통해서 흘러가며 야자수 농원을 적신다. 먼 곳은 돌로 쌓아 석회를 바른 물길을 따라 물을 흘려 보낸다. 물길 따라 흘러가며 농장에 따라 꼭 필요한 만큼만 적셔준다. 우물이 마르지 않는 한 하루 종일 밤새도록 물을 긷는 작업이 계속된다. 1936년부터는 펌프로 길어 올리는 곳이 많다. 우물에 물이 마르는 일은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쓸 수 있는 우물들이 줄어들면 더 먼 곳으로 물을 찾으러 가야 한다. 사막은 물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알게 되는 체험 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