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의 영토
알제리는 어떤 나라인가?
알제리는 아프리카 대륙 북단 지중해 연안에 있는 국가다. 한국으로부터 거리는 1,000㎞로 비행기로 13시간이 걸리는 먼 나라다. 정식 국호는 ‘알제리인민민주공화국’으로 대통령 연임제 국가다. 종교언어적으로 아랍이슬람권에 속한다. 아프리카 7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광대한 국토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이며, 인구 약 4,600만 명이고, 2020년 기준 1인당 국민 소득 3,550 달러다. 고급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가장 선진적 국가이며, 사하라 사막 국토에 막대한 양의 에너지 자원과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잠재력이 많은 나라다.
132년간의 프랑스 식민통치로부터 자력으로 독립을 성취한 국가로 제3세계 리더 국가 중 하나다. 1962년 독립한 이래 독립투쟁을 주도했던 ‘민족해방전선’ 1당의 독주가 현재까지 이어져 민주주의를 성취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1980년대 10년간 내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1990년 집권한 부테플리카(Bouteflika) 대통령이 ‘국민화해정책’을 실시하여 무장 테러가 중단되고 사태가 진정되었으나 20년 가까이 집권하면서 정치 경제적 침체기가 계속되었다. 부테플리카의 5선 출마 의지가 전국적 시위로 꺾이고 2019년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어 무소속 테분(Tebboune)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1990년 한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래 2006년에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여 경제 교류가 활발해졌다. 2004년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공식 한국 방문과 2년 후 노무현 대통령의 알제리 공식 방문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현재 알제리의 수출입 순위에서 한국은 10위권에 있으며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대규모 공사를 수주 시행하고 있다.
산악 국가, 지중해 국가
알제리는 총 면적 240만 ㎢의 영토 대국이다. 한국 국토의 24배다. 남북 거리가 2천 ㎞로 서울 부산간 거리의 5배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나라이며, 아랍 세계에서도 가장 큰 나라이고, 지중해 연안 국가들 중에서도 제일 큰 나라다. 국토의 90%가 사하라 사막이고, 나머지 북부 10%는 지중해와 사하라 사막 사이에 있는 녹지 벨트의 일부다. 인구 분포는 정확하게 반대다. 북부 10%국토에 총 인구의 90%가 집중되어 있고, 나머지 90%의 국토에 인구 10%가 분포한다. 북부 녹지 벨트는 아프리카 대륙을 받치고 있는 아프리카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계속 미끄러져 들어가며 땅 껍질에 주름이 잡혀 만들어진 청년기 산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마그레브’라는 지역 단위로 불려 왔던 녹지 벨트는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3국으로 나뉘어 있다. 알제리는 모로코와 튀니지 사이 정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데, 서쪽 모로코와의 국경에서부터 동쪽 튀니지와의 국경까지 산들이 들어차 있어 북부만 놓고 보자면 알제리는 평균 고도 900m의 산악 국가다.
알제리는 북쪽 전면이 1,600㎞에 달하는 긴 해안선을 따라 지중해를 향해 열려 있다. 인구의 40%가 지중해 해안가 14개 지방에 집중되어 있어 인구 분포 측면에서 알제리는 지중해 국가라고 할 수 있다. 해안선이 비교적 단조로우며 해안선을 따라 산들이 늘어선 곳이 많아 큰 규모의 항구를 발달시키기에 좋은 조건은 아니다. 알제리 사람들이 바다 진출이 활발한 해양 민족은 아니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항구를 개발하는 데는 페니키아, 로마 등 외부 세력이 더 크게 작용했으며 항구를 번창하게 만들었던 것도 지중해의 여러 지역 출신들이 유입이 계기가 되었다.
마그레브(Maghreb) 아프리카 북서부를 지칭하는 ‘마그레브’는 ‘서쪽, 서양, 해가 지는 쪽’을 의미하는 아랍어 ‘마그립’의 유럽어 식 발음이다. 북아프리카에서 중동을 지나 아시아까지 연속적으로 펼쳐져 있는 이슬람 세계에서 아랍권은 서쪽 일부인데, 아랍권은 통상 둘로 나뉜다. 이집트에서 이라크까지를 ‘동쪽’을 뜻하는 ‘마슈렉’이라고 칭하고 나머지 서부를 ‘마그립’이라고 한다. 이집트를 제외하고 나머지 북아프리카 지역을 ‘마그레브’라는 한 단위로 묶는 데는 지리적 역사적 문화적 이유가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소수민족화한 베르베르인이 살던 지역이라는 점이다. ‘마그레브’라는 지명은 역사적으로 조금씩 변화하여 처음 아랍인들이 명칭을 사용했을 때는 사막을 제외한 북부 지역만을 의미했으나 19세기 지역을 점령한 프랑스인들은 ‘프랑스령 북아프리카’ 즉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3국 지역이라는 의미에서 사용했다. 20세기 지역 국가들이 독립한 이후에는 세 나라의 영토가 된 사하라 사막 지역을 포함하게 되었고, 1989년 ‘아랍마그레브연합’이라는 정치 공동체가 결성되면서 리비아와 모리타니까지 포함하게 되었다. 서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5개국의 영토는 대단히 넓어서 동서 길이가 유럽 대륙과 비슷하다. 그러나 50개 국가가 포진하고 있는 유럽과 달리 마그레브에는 5개국 밖에 없으며, 유럽 인구가 약 7억 5천인데 반해 마그레브 인구는 1억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다. 특히 리비아와 모리타니의 인구는 각기 약 680만과 460만 명으로 두 나라 인구를 모두 합해도 한국 수도 서울 보다 약간 많은 정도다. 사람이 살 수 없는 사막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
아틀라스 산맥, 하이 플레인
사막을 제외한 알제리 북부는 지형적으로 동서로 뻗은 3개 벨트로 구성되어 있다. 지중해 해안선을 따라 뻗어 있는 텔 아틀라스 산맥과 남쪽에 사하라 사막과 경계선에 뻗어 있는 사하라 아틀라스 산맥 그리고 두 축의 산맥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평평한 고원 지대 ‘하이 플레인’ 3개 지대다. 두 산맥은 동쪽으로 가면서 사이가 점차 좁아져 만나며 한 덩어리가 되어 사각형에 가까운 오레스 고산 지대를 만든다. 오레스 남부는 사하라 사막이 높이까지 올라와 비가 아주 적은 건조한 지대로 강수량이 100㎜에 지나지 않는다. 여름이 몹시 덥지만 겨울은 몹시 추워 “뜨거운 태양 아래 추운 땅”이다.
텔 아틀라스 산맥은 하나의 줄기 라기 보다 저지대와 좁은 평원들로 군데군데 끊어지고 이어지며 해안과 내륙에 넓게 펼쳐진 산맥 군이다. 비를 머금은 대서양의 저기압이 몰려 올 때면 지중해의 비바람을 정면으로 받아 나무와 풀이 자란다. 지중해 해안선을 따라 약 100㎞ 폭으로 펼쳐져 있는 띠 모양 지대를 ‘텔’이라고 부른다. 알제리에서 유일하게 비가 넉넉하게 오는 곳이다. 계곡에는 강이 흐르고 산 아래 평야에서는 따로 물을 대지 않아도 곡식과 채소가 자라며 높은 지대에서는 떡갈나무와 전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지중해성 기후가 지배적이어서 여름에는 기온이 높고 건조하며 겨울에는 날씨가 온화하고 습하다. 그러나 고도가 높은 산지에서는 겨울이면 기온이 영하로 내려고 눈도 많이 내린다. 비는 가을에서 봄까지 동절기에 내린다. 동부 저지대보다 서부 산지가 강수량이 더 많다. 일부 서부 지역에서는 일년에 1,000㎜가 오기도 한다. 거리 상 멀지 않은 지역들의 연 강수량에 비하면 엄청난 양이다.
사하라 아틀라스 산맥은 비교적 일정한 폭으로 이어져 비스듬히 북동쪽으로 올라가 텔 아틀라스 산맥과 만난다. 남쪽 경계선을 이루는 단층 너머로 사하라 사막을 굽어 보고 있는 고도 2,000~3,000m의 높은 산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하라를 목전에 두고 있어 몹시 건조하다. 우기에 산들에 내리는 적은 양의 비와 산 정상에서 눈 녹은 물이 모여 소금 호수와 사막 지하에 있는 거대한 담수 층으로 흘러 들어간다.
두 아틀라스 산맥 사이에서 동서로 뻗어 있는 하이 플레인은 동서 길이 600 ㎞에 이르는 고원이다. 동쪽 끝과 서쪽 끝에 넓은 소금 호수가 자리하고 있다. 사막이 가까워 비가 적고 여름에 몹시 덥다. 사하라 사막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시로코 바람이 지나는 통로에 있는 지역은 50℃ 가까이 기온이 올라간다. 그렇지만 겨울이 되면 날씨가 춥고 눈이 오기도 한다. 연 강수량이 400㎜ 이하이고 200㎜가 되지 않는 때도 있다. 농사를 지을 수 없고 주로 짧은 풀들이 자라는 건조한 스텝 지대로 가축을 데리고 풀을 따라 이동하는 유목민들의 땅이다.
아틀라스(Atlas) 마그레브의 산맥에는 공통적으로 ‘아틀라스’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알제리의 텔 아틀라스와 사하라 아틀라스 산맥 외에도 모로코에는 미들 아틀라스, 하이 아틀라스, 안티 아틀라스 산맥이 있다. 아틀라스는 귀에 익은 그리스 신화의 인물이다. 제우스 신과 맞서 싸우다가 벌을 받아 세상을 들고 있게 된 티탄의 이름이다. 하늘이 머리 위로 떨어지지 않을까 두려워했던 고대 그리스인들은 티탄 아틀라스가 어깨로 세상을 받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서쪽 끝에서 일 년 내내 흰 눈을 쓰고 있는 높은 산들에 그 이름을 붙였고, 그 너머에 있는 넓은 바다를 ‘아틀라스의 바다(Atlantic Ocean: 대서양)라고 불렀다. 고대 그리스 문명을 이어받은 유럽인들은 북아프리카의 산들을 아틀라스로 계속 불렀고 전파시켰다. 그러나 정작 아틀라스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상관 없는 이름이었다. 그들에게는 수 많은 이름의 ‘아드라르(베르베르어 ‘산’) 혹은 ‘제벨(아랍어 ‘산’)들이었다. |
습한 알제리, 건조한 알제리
해안에서 얼마 들어가지 않아 비가 오는 구간이 끝나기 때문에 강들이 많지 않다. 텔 아틀라스 산맥을 넘으면 상시 흐르는 강이 아예 없다. 비가 오면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사라져 바닥을 드러내는 ‘와디’들 뿐이다. 강들은 주로 동쪽에 있으며 길이가 짧다. 비가 올 때만 수량이 늘어나 탁한 물이 흐르고 평시에는 유량이 많지 않다. 가장 긴 쉘리프 강은 평시 유량이 49㎥이고 숨맘 강은 25㎥다. 서울 한강의 평시 유량이 670㎥라는 것에 비추어 본다면 그 규모가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우기에는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폭우가 쏟아지면 유량이 삽시간에 1,500㎥까지 늘어나 주변을 휩쓸어 가버린다. 건기와 우기의 유량 차이가 아주 크고 불안정할 뿐 아니라 많은 구간이 경사가 심한 급류로 되어 있어 강은 인적 물적 통로가 되지 않는다. 알제리 강들은 배가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없는 강들이다.
물을 찾을 수 있는 곳은 강 외에도 호수가 있지만 비가 적고 증발이 심한 반 건조 기후대에 위치하고 있어 일시적으로 물이 차고 나머지 기간에는 말라 있는 소금 벌판이다. 겨울이 되어 아틀라스 산맥에 비가 내리면 물이 흘러 들어 고이며 호수가 생긴다. 한 때 사하라가 바다였던 태고적 시대로부터 물려 받은 소금기가 땅에 남아 있다가 녹으면서 생기는 소금 호수다. 물이 차는 기간이 얼마 되지 않고 깊지 않아 배를 띄울 수도 없고, 생물이 살지 않는 소금물이어서 고기를 잡을 수 없는 호수다. 큰 소금 호수를 ‘쇼트’, 작은 소금 호수를 ‘세브카’라고 부른다. 가장 큰 호수는 ‘멜히르 쇼트’인데, 면적 6,700㎢로 서울 면적의 10배 정도 된다. 쇼트 멜히르 외에도 북부에 쇼트 엘 호드나가 있고 서부 항구 도시 오랑 남쪽에 세브카 오랑이 있다.
알제리의 사하라 사막 영토는 200만 ㎢로 한국 영토의 20배다. 국토의 엄청난 규모에도 불구하고 알제리 인구가 한국보다 700 만 명 정도 적은 것은 사막 영토가 9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막은 단어가 떠올리게 하는 것처럼 모래 벌판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모래 벌판은 전체 면적의 20%밖에 되지 않는다. ‘하마다’라고 불리는 돌밭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침식된 바위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는 ‘타실리’도 있다. 사막은 또한 평평한 땅도 아니다. 건조한 모래로 덮여 있을 뿐 보통 땅과 똑같이 높은 산이 있고 계곡이 있다. 단지 비가 오지 않아 메말라 있을 뿐이다. 고원이 넓게 갈라진 틈에는 계곡들이 있고 사하라가 사막이 되기 전 물이 흘렀던 자국들이 남아 있다. 이 곳에 오아시스들이 집중되어 있다.
알제리 사하라 사막 중앙에는 남북으로 뻗은 고원과 바위 언덕들이 있고, 남서쪽에는 고원이 있으며, 남동쪽에는 높은 산들로 이루어진 아하가르 산맥이 있다. 아하가르 산맥의 최고봉은 3,000m가 넘는 알제리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이 모든 고지대를 제외한 곳이 모래 평원이다. 중앙 고원을 중심으로 동편과 서편 그리고 남서쪽에 펼쳐져 있다. 바람이 불면 매년 6천~2억 톤 가량의 모래가 이리 저리 움직이는 곳이다. 극도로 건조해서 연평균 강수량이 100㎜가 되지 않는다. 기온이 높아 여름 평균 기온이 40~45℃이고 겨울은 15~28℃이고, 낮과 밤의 일교차가 심해 밤에는 기온 0℃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자연조건에도 불구하고 사막은 사람이 살지 않는 텅 빈 공간이 아니다. 북쪽 사하리족과 남쪽 투아레그족을 합해서 500 만 명 정도가 살고 있다. 알제리 인구의 1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