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ITUTE FOR EURO-AFRICAN STUDIES

학술활동

김정숙 교수의 알제리 알아보기

알제리 사람들의 이름

Date 2022.11.1

알제리는 아랍 이슬람권에 속한다. 그러므로 남녀를 불문하고 이슬람교와 관련된 아랍어 이름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흔히 만나는 이름인 모하메드가 이슬람의 창시자의 이름 무함마드 라는 것은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남성들의 이름 가운데 많이 볼 수 있는 알리, 오마르, 압들라흐 등도 각기 초기 이슬람 성자들의 이름이다. ‘고귀하다’ 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알리’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로 제 4대 칼리프의 이름이었으며, 오마르는 예언자의 장인이자 2대 칼리프였던 우마르 이븐 카탑에서 유래되었다. ‘전언의 담지자’ 라는 의미다. ‘알라의 종’을 의미하는 압들라흐는 예언자의 아버지의 이름이었을 뿐 아니라 초기 예언자를 추종했던 여러 명 신도의 이름이었다. ‘강직한, 충직한’ 의미를 가진 살라흐는 유럽 십자군을 물리쳤던 칼리프 ‘살라딘’의 이름이었으며, 지네딘, 쟈믈레딘, 누레딘, 바드르딘 같은 이름에서 공통된 ‘∼딘’ 혹은 ‘∼에딘’은 ‘종교’를 의미한다. 페르젤라흐, 사아달라흐 등과 같은 이름에 들어 있는 ‘∼을라흐’도 같은 의미다. 한 연구에 의하면 현재 ‘압드∼’와 합성한 이름들이 유행하고 있다고 하는데, ‘...의 종’ 이라는 의미다. 압델라흐, 압델카림, 압델슬람, 압델라흐만, 압델크림 등이다.
아브라함을 영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이슬람교에서는 유대교 성서의 아브라함 이전 시대 인물의 이름도 많이 볼 수 있다. 기독교 성서의 인명과 연결해보면 다음과 같다. 이브라힘-아브라함, 야쿱-야곱, 누흐-노아, 다웁-다윗, 슬리만-솔로몬, 에이웁-욥, 유스프-요셉, 무사-모세, 하룬-아론, 야히야-요한, 아이사-예수, 스마일-이스마엘, 유네스-요나, 루트-롯, 자카리아-스가랴 등이다.
예언자의 유일한 혈육이었던 딸의 이름 '파트마'는 얼마나 많은 무슬림 여성들의 이름이었는지 아랍 여성을 통칭하는 보통 명사처럼 쓰이기도 한다. 조흐라는 예언자의 아내의 이름으로 ‘꽃’이라는 뜻이다. 아이샤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어머니의 이름이면서 무함마드가 가장 아꼈던 아내의 이름이기도 하다. 여자의 이름 가운데 셈족 전통에서 유래된 이름들도 많은데, 하프사, 나피사, 수미아, 메리엠, 바툴, 사라 등이다. ‘움’, ‘벤트’, ‘누르’를 앞에 붙여 여자 이름을 합성하기도 하는데, 각기 ‘...의 어머니’, ‘...의 딸’을 의미한다.
베르베르인들의 이름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고유한 이름들이다. 모크란, 샤브하, 아메지안, 음한드, 아레즈키, 루네스 등이 대표적인 베르베르인 남자들의 이름이다. 베르베르 전통 음악을 현대화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가수의 이름인 ‘이디르’는 베르베르어로 ‘생명’이라는 뜻으로 아랍어 ‘야히아’와 같은 의미다.
1962년 식민 통치에서 독립한 이후 태어난 신세대 이름에는 알제리의 역사적 인물들의 이름이 많다. 프랑스 점령에 저항했던 영웅으로 추앙을 받고 있는 압델카데르 라는 이름이 대표적이다. 카데르는 ‘힘, 능력’을 뜻하며, 압델카데르는 ‘힘의 봉사자’를 의미한다. 그 이전을 거슬러 올라간 시대의 선조들의 이름을 물려받은 경우도 있는데, 누비아 시대의 왕 마시니사와 유구르타가 있으며, 로마제국에 저항했던 타크파리나스, 타스쿠르트와 같은 이름들이다.
모든 가부장적 사회에서처럼 알제리에서도 성은 부계를 표시한다. 그러나 다른 문화권과 호칭의 방식이 달랐다. 우리 사회에서처럼 한 혈통에 속한 자녀들이 공유하는 고정된 호칭이 있어 늘 제시했던 것이 아니라 상황과 필요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우선 부족의 테두리를 벗어날 경우에는 자신이 속한 부족의 이름을 썼다. ‘아이트/아트’, ‘나이트’, ‘나아트’ 뒤에 부족 이름을 붙이는 것이었다. ‘아이트 멘겔레트’, ‘아이트 아흐메드’를 예를 들 수 있다. 지명도 성이 되었는데, 예컨대 카빌리의 아가와 고원 사람들은 자신의 성을 ‘이가와웬’이라고 지칭했다. 부족 집단 내부에서는 아버지의 이름을 제시했는데, ‘∼의 아들’을 뜻하는 ‘우’ 혹은 ‘은’ 아니면 ‘∼의 사람들’을 의미하는 ‘아이트’에 아버지 이름을 붙였다. 만일 아버지의 이름이 같으면 할아버지 이름을 뒤에 붙이고, 할아버지 이름도 같으면 구분될 때까지 선대 조상의 이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아랍어 지역에서는 ‘∼의 아들’을 뜻하는 ‘벤’ 혹은 ‘은’ 혹은 ‘울레드’ 뒤에 아버지 이름을 붙였는데, ‘벤람단’, ‘벤알리’, ‘벤셰리프’, ‘벤게르나’ 등 이다. ‘벤’은 아랍어 ‘이븐(Ibn)’에서 첫 음이 탈락한 형태다. ‘베니 메수스’처럼 ‘∼의 자식들(자녀들)’을 뜻하는 ‘베니’도 있었다. 전 대통령이었던 ‘부메디엔’를 비롯하여 ‘부지안’, ‘부바크르’ 등처럼 ‘∼의 아버지’를 뜻하는 ‘부’도 있었는데, ‘압부’의 변형이다. ‘하즈’나 ‘시디’로 구성된 성도 있다. 각기 ‘메카 순례를 한 사람’ 그리고 ‘성자’ 앞에 붙이는 호격 존칭들이 성이 된 것이다.
부족이나 선조를 호명하는 것으로 부계를 표시했던 방식은 프랑스 식민 정부가 1882년 호적 등록을 실시하면서 버려졌다. 이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이 빚어졌는데, 프랑스어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아랍어와 베르베르어 발음이 변질되었고, 같은 음을 여러 방식으로 표기해 혼란이 빚어졌다. 행정 담당자가 임의로 성을 지어 등록한 경우들도 있었다. 독립 후에는 프랑스식으로 기재되었던 이름들을 다시 아랍어로 전환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