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ITUTE FOR EURO-AFRICAN STUDIES

학술활동

김정숙 교수의 알제리 알아보기

지중해와 사하라 사이 그린벨트 마그레브(Maghreb)-알제리, 모로코, 튀지니

Date 2024.07.17

마그레브(Maghreb)’? 아프리카 북부 모로코(Morroco), 알제리(Algérie), 튀니지(Tunisie)를 묶어 부르는 지명이다. 익숙하지 않다. 처음으로 듣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한국과 교류의 역사가 없었고 현대 역사에서도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학교에서 자세히 배우지 않았으며, 신문이나 TV에서도 별로 보지 못했다. 아랍 이슬람권에 속한다고 하면 아, 하루 여러 번 엎드려 기도하고 여자들은 히잡을 쓰겠군. 그렇게 생각하고 끝난다.

그래도 소설상 수상작이었던 『알제리의 유령』은 놀라웠다. “알제리에 도착한 건 오후 두 시가 조금 넘어서 였다. 닫힌 문에는 작은 표찰이 걸려 있었다. 오후 다섯 시 오픈.” 술을 마실 수 없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의 이름이 술집 이름이 된 것이다!   

어떤 지역을 소개할 때면 대개 정치적으로 어떻게 유용한지, 어떤 자원이 있어 교류를 하면 경제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설명한다. 실리적 접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있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실리를 추구한다 해도 결국 사람이다. 그리고 세계가 좁아졌다. 접촉면이 넓어졌다. 우리 젊은이들의 가시권에는 전 세계가 있다. 전 세계 모든 지역은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 인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구글 세계 지도를 띄워 아프리카 대륙을 보면 거의 절반이 밝은 갈색이다. 사하라(Sahara) 사막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막 사하라’, 받침이 없는 이 세 글자는 사람이 살지 않는 광대무변한 땅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대서양, 지중해, 홍해, 세 바다에 둘러싸인 미국이나 중국에 육박하는 면적이다. 동서 길이가 미국 횡단 길이보다 1천㎞ 더 길다.

갈색 땅을 잘 살펴 보면 몇 군데 녹색이 보인다. 동쪽에 있는 구불구불하고 가느다란 선은 나일강이다. 이집트 문명을 일으킨 이 위대한 물줄기 양안에 1억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서쪽에는 지중해 해안선을 따라 그린벨트가 뻗어 있다. “사람이 모여 사는 산악지대”, 바로 마그레브. 서쪽부터 차례로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세 나라가 위치하고 있다.

Digital Physical Map Africa 1288 | The World of Maps.com 

7세기 이슬람을 전파하기 위해 이곳에 왔던 아랍인들은 이집트, 리비아 사막을 지나 발견한 그린벨트를 서쪽의 섬(엘 제지라 알 마그립: El Jezirra Al Mghrib)’이라고 불렀다. 바다와 사막 사이에 고립되어 마치 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단어는 둘로 나뉘어 각기 지명으로 정착되었다. ‘알 제지라()’은 도시 알제그리고 나라 이름 알제리에 남았고, ‘알 마그립(서쪽)’은 그린벨트 전체를 가리키는 단어가 되었다. 그런데 거대한 사막에 바짝 붙어 있는 지역이 어떻게 녹색 지대가 되었을까?

마그레브의 지중해 해안은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지각판이 만나는 경계선과 일치한다. 아프리카 지각판은 경계선에서 유라시아 지각판 아래로 밀려 들어간다. 지금도 그렇다. 매년 1미터 씩 들어간다. 지중해 바다에 화산이 불을 뿜고 있고 주변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바다가 아닌 땅에서는 땅 껍질에 주름이 잡힌다. 그 주름이 점점 높이 솟아 올라 산들이 되었다. 마그레브는 서쪽 끝과 동쪽 끝을 제외하고 전체가 이런 습곡 작용으로 생긴 2~3천 미터 청년기 산들이 들어차 있다. 가을이 되어 비를 머금은 대서양의 저기압이 지중해로 몰려 오면 산악지대에 비가 내린다. 나무와 풀이 자라고 산 아래 평야에서는 따로 물을 대지 않아도 곡식과 채소가 자라는 녹지가 형성되는 것이다.

마그레브를 가득 채우고 있는 여러 갈래 산맥에는 공통적으로 아틀라스(Atlas)’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모로코 평원을 둘러싸고 있는 세 갈래 산맥은 북쪽부터 차례로 미들 아틀라스’, ‘하이 아틀라스’, ‘안티 아틀라스산맥이다. 알제리에는 텔 아틀라스사하라 아틀라스가 있다. ‘아틀라스’? 귀에 익은 이름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 신과 맞서 싸우는 티탄들에 동조했다가 벌을 받아 세상을 들고 있게 된 아틀라스 바로 그 티탄이다. 그리스인들은 이 티탄이 어깨로 세상을 받치고 있어 하늘이 머리 위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쪽 끝에서 일 년 내내 흰 눈을 쓰고 있는 높은 산들에 그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멀고 넓은 바다는 아틀라스의 바다(Atlantic ocean: 대서양)’가 되었다. 고대 그리스 문명을 이어받은 유럽인들은 산들을 아틀라스라고 계속 불렀고 그렇게 전파시켰지만 정작 아틀라스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상관없는 이름이었다. 그들에게는 수많은 이름의 아드라르(adrar: , 베르베르어)’ 혹은제벨(djebel: , 아랍어)’들이었다.

마그레브 지중해 해안에는 항구를 개발할 곳이 많지 않다. 높은 산들이 해안까지 진출해 있는 지형이기 때문이다. 조금 여유 있는 곳을 찾아도 대륙 쪽으로 높은 산들이 가로 막고 있어 협소하다. 특히 알제리 사람들은 지중해 해안가에 살았어도 바다에 진출해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해양 민족이 아니라 산 위에 정착하고 살았던 농경민들이었다. 바다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마을도 해안에서 제법 떨어져 있고, 사람들도 바다를 경계했다.  

마그레브 사람들은 산악지대에 주로 몰려 살았지만, 그 아래 광활하게 펼쳐진 사막에도 유목민들이 흩어져 살았다. 동서로는 이집트 국경 시와 오아시스에서 대서양까지, 남북으로는 지중해 해안에서 사하라 사막 전체 넓은 지역에 퍼져 사는 사람들을 베르베르라고 불렀다. 사는 곳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고 생활 방식도 달랐지만 사회구조, 문화, 언어를 공유하고 있었다. 7세기 이슬람이 전파되고 10~11세기 아랍인들의 들어와 정착해 소수민족화되었지만, 이집트를 제외한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체성을 변별하는 문화적 언어적 기반을 형성한 사람들이다.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마그레브 3국의 국경은 비교적 오래 된 것이다. 로마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르타고 왕국의 땅이었던 튀니지는 로마제국의 복속되었다가 베르베르인과 아랍 왕조들이 이어졌고, 모로코는 이슬람 유언자 무함마드의 후손이 술탄이 되면서 독립 왕국이 되었다. 16세기 알제리와 튀니지가 각기 알제자치령튀니스자치령이 되어 오스만제국에 복속되면서 현재 국경에 가깝게 확정되었다.  

마그레브 세 나라는 공통적으로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다. 기간이나 형식은 서로 달랐는데, 가장 먼저 무력으로 점령되었던 알제리는 1830년에서 1962년까지 가장 긴 기간 직할 통치를 받았으며, 모로코와 튀니지는 각기 1881~1912, 1881~1956으로 더 짧은 기간 보호령의 형식으로 지배를 받았다. 독립 과정도 달랐는데, 두 나라는 협상을 통해 유혈 사태 없이 독립이 되었지만 알제리는 8년 간의 혹독한 독립전쟁을 통해 독립했다. 독립 과정에서 영토로 생각하지 않았던 사하라 사막이 영토에 포함되었다. 직할 통치, 즉 프랑스 영토의 일부로 취급받았던 알제리는 가장 넓은 영토를 물려 받아 288만 평방킬로에 달하는 아프리카 최대 국가가 되었다. 모로코의 4, 튀니지의 18배에 달한다.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세 나라를 가리키는 데 주로 사용되었던 마그레브는 비교적 최근 1989아랍마그레브연합(Arab Maghreb Union)’이 발족하면서 리비아(Lybia)와 모리타니(Mauritanie)까지 확대되었다. 이로서 마그레브라는 지명은 북아프리카에서 이집트를 제외한 지역을 가리키는 단어로 확정되었다. 동서 길이가 유럽 대륙과 비슷할 정도로 광대한 지역이지만, 50여 국가가 포진하고 있는 유럽과 달리 5개국 밖에 없으며, 유럽 인구가 약 7 5천인데 반해 마그레브 전체 인구는 1억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다. 사람이 살지 못하는 사하라 사막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마그레브는 사하라 사막으로 분리되어 있는 사하라 남부 지역과는 생태학적 인종적 역사적으로 매우 다르다. 흑인 지역인 남부와 달리 백인 계열의 베르베르인들이 살았으며 지중해 문화권에 속했다. 유럽에서는 흑아프리카와 구분해서 백아프리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그레브는 모로코의 핫산 2세가 머리는 유럽에, 심장은 아랍에, 다리는 아프리카 대륙에 두고 있는 지역이라고 규정한 데서 볼 수 있듯 여러 문명이 교차하는 지역이라는 점을 가장 중요한 지역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정체성 하나만으로 규정되지 않는 복합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문화권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적 위치에 있다는 뜻이기도 한다.